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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Column] SDPC, 담배 이야기

글쓴이 : Keith 날짜 : 2014-02-16 (일) 21:26 조회 : 7220


[파이프, Handroller, 전자담배, SDPC가 적혀있는 싱가포르 담배]


  조만간 한국에서도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한다. 백해무익한 담배에 의한 질병과 아울러 간접흡연의 피해도 속속 보고되고 있으니, 담뱃값을 올려 지방세 세수도 늘리고 흡연율도 줄여보려는 목적인 듯하다. 동시에 여러 지자체에서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제한하는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 제한된 장소에서만 끽연을 권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사람이 붐비는 보행로를 걸으면서 연기와 재를 내뿜는 사람들을 보면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전혀 없어 보인다. 담배를 피우는 것 자체는 개인의 취향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이런 흡연자는 담배를 피울 자격도 없는 것이다. 창이공항에 도착할 무렵이면 어김없이 기내방송을 통해 피우는 담배를 제외하고 반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를 듣는다. 이렇듯 싱가포르는 담배의 반입뿐 아니라 여느 선진국처럼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법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아담 브룩스의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2007)를 보면 담배에 얽힌 에피소드가 첫 데이트의 매개가 된다. 뉴욕의 담뱃값이 비싸서 상대적으로 싼 담배를 피우는 윌(라이언 레이놀즈)은 에이프릴(이일라 피셔)이 비싼 담배를 사자 이유를 묻는다. 초석성분이 없으니 오히려 더 경제적이라는 얘기를 하는 장면이 뒤잇는다. 싱가포르에 와서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바로 이 담뱃값이다. 싱가포르의 담배는 필터 부근에 SDPC (Singapore Duty Permitted Cigarette)라는 글씨가 쓰여있다. 이 글씨가 없는 담배는 소위 불법으로 유통되는 담배라고 보면 된다. 가격은 종류별로 다르지만 12불 내외라고 치면 거의 만원 가까이 된다. 한국보다 무려 4배나 비싸다. 그러니 한국에서만큼 담배 인심은 통하지 않는다. 하루에 한 갑씩 피우면 일년에 지출되는 비용이 자그마치 365만원. 적금이라도 들면 해외여행도 갈 수 있을 돈이 몸을 상하게 한 후 공기 중으로 유유히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군대에 가서도 안 피우던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지도 오랜 세월이 흘렀고, 아직까지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임플란트 수술 후 일주일을 버틴(?) 것이 유일한 금연일 정도로 이미 담배에 중독된 상태인 셈이다. 일주일 동안 담배를 끊었을 때다. 한 며칠 지나니까 오감이 예민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피카르트가 침묵의 소리를 얘기했듯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소리가 들려 잠이 깨는가 하면, 만성비염 환자가 두 코로 숨을 쉬게 되니까 방안의 공기마저 낯설게 느껴져서 또 다시 잠을 설친 기억이 난다. 그런데 다음 날 피로는커녕 온몸이 가벼워진 기분마저 들지 않던가. 평소에 머리가 묵직하고 쉬 피로를 느끼던 것도 담배 때문이었던가 싶을 만큼, 겨우 며칠 담배를 끊었다고 이렇게 달라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더군다나 가래도 싹 사라지고 가슴이 뚫리는 그 상쾌함까지 선사하니 말이다. 그러다가 다시 한 개비씩 피우다가 예전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담배를 끊으면 얼마나 좋은지를 절절히 체득했으면서도 또 찾게 되는 이 지독한 중독. 가래가 많아져서 추해 보인다고 단번에 담배를 끊던 친구가 기억난다.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싱가포르의 비싼 담뱃값을 핑계로 이 참에 끊을 생각을 않고 어떻게 하면 비용을 줄일까를 고민하다가 결국 여러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첫 번째, 담배를 말아서 피운다. 왕가위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2007)에서는 제레미(주드 로)와 엘리자베스(노라 존스)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제레미가 직접 말아서 만든 담배를 서로 나눠 피우는 장면이 나온다. ‘Rolling Tabaco’를 사면 한 갑으로 얼추80개비 이상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담뱃값과 거의 같아진다. 말레이시아는 그 반 가격에 살 수 있으니 외려 한국보다 더 싸게 피울 수도 있다. 두 번째, 파이프 담배도 권할 만하다. 조선시대 선비가 사용하던 곰방대까지 구할 수는 없지만, 말레이시아에서 파이프를 구입해서 피우기도 한다. 가끔씩 피우면 진한 향과 맛이 한 동안 담배생각을 잊게 하니 꽤 괜찮은 녀석이다. 세 번째, 전자담배가 있다. 한국에서 니코틴이 함유된 액을 사와서 가끔씩 피우지만 무언가 부족하여 잘 이용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기내나 산정에서도 피울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다. 네 번째, 중동에서 시도해봤던 소위 물 담배. 다만 휴대가 안 되므로 제한적이지만 다양하게 담배를 즐길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시가cigar나 씹는 담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몸에도 안 좋다는 담배의 종류가 가지가지다. 어떤 친구는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면 완벽하게 포장해서 보내준다며 다소 위험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봤다고 한다. 만약 한국에서도 담뱃값이 인상 되면 이보다 더 기상천외한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매일 아침이면 졸린 눈으로 담배를 끊어야지 하면서, 언제 그랬냐 싶게 습관적으로 담배를 찾고, 또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끊고 싶다고 되뇐다. 싱가포르 정부는 정말로 국민의 건강과 ‘Clean & Clear’ 정책의 일환으로 담배의 반입을 제한하고 높은 가격을 책정했을까, 아니면 담배를 통해 세금을 더 많이 걷으려는 속셈일까. 아무튼 하루에 한 번씩 담배를 끊는 나로선 싱가포르의 담뱃값이 비싼 이유로 양이 줄긴 했다.
(2014.2.16)


     
     
Keith 2014-02-17 (월) 22:39
어떤 소재를 선택할까 망설이다가 많은 공감대는 없을지라도 당장 피부로 와 닿는 담배 이야기를 써봤습니다. 아무래도 끊는 게 최선인데, 그게 쉽지 않으니 달리 방도를 마련한 것이랄까. 절대로 흡연을 권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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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2-20 (목) 19:25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드물 테니, 특히 싱가포르에선. 아마도 칼럼이랍시고 글을 쓰긴 했는데 매력적인 소재는 아닌 듯싶습니다. 현재 생각하고 있는 소재는, COE-자동차 이야기, HDB-집 이야기, Charles &amp; Keith-쇼핑 이야기 등인데, 2~3 주 안에 또 다른 소재를 고민하려고요.아무튼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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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오 2014-02-17 (월) 13:44
저는 비흡연자지만, 흡연장소에서 잘 할수 있도록 흡연자를 위한 방책이 많이 논의되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길거리에서 걸으면서 담배를 피시는 것은 좀 자제를 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뒤따라가다가 그만.. @-@ 담배 맛은 모르지만.. 몸생각하셔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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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2-17 (월) 22:42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즐기는'  것은 파렴치한입니다. 흡연자들 중에서도 에티켓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답니다. 너무 저열하다거나 비인간적으로 치부하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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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순대 2014-02-20 (목) 18:14
항상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눈팅만하다보니 글을 잘 쓰지않네요. 
담배에 관한 글 재미있게 잘읽고 글남깁니다. 
계속해서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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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2-20 (목) 19:29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조금 공감이 가겠지만, 절대 권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공감'이란 말도 어색하네요. 1년 정도 살았으니, 싱가포르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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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오 2014-02-22 (토) 11:20
글 흥미롭게 읽었어요!! ㅎㅎ 딱딱할 줄알았던 칼럼글이 모니터에 눈을 들이대고 읽을정도로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밑에 글들도 읽어봤는데요 긴글이라 재미없을줄.. 알았었는데 흥미있어요! (그러니깐..제말은.. 결론은 흥미로왔다..이런?.. 오해마세요^^:)

담배 금연한지 2틀째입니다 :) 작심삼일로 쭉쭉 갔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Keith 님! 주말잘보네셔요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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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2-22 (토) 16:04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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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yAn 2014-02-28 (금) 13:46

금연 5일째 달리는 중입니다...

금연 하시는분 홧팅해용...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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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2-28 (금) 22:06
이 글 쓰자 담배값이 올라 황당했는데, 금연 시작하셨다니 꼭 성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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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작은 댓글 하나가 많은 분들에게 큰 힘이됩니다.
따듯한 댓글과 정보공유를 알차고 즐거운 싱가폴 생활되세요~~~ 댓글 꼭 남겨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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