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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Column] Kopi-O Kosong, 커피 이야기

글쓴이 : Keith 날짜 : 2014-01-30 (목) 17:48 조회 : 7138



[Kenya Peaberry, 케냐의 변종이지만 콩이 너무 예쁘고 맛도 좋아요] 
 
  지금 한국은 한파가 기승을 부릴 때다. 창 너머 쌓인 눈을 보거나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세운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바삐 걷는 모습을 지켜보며, 양지바른 커피숍에서 누긋하게 머그 컵을 양손으로 붙안고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는 상상을 해본다. 그 정경이 계절과 어울려서일까. 근자에 들어 한국은 유달리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뒤따르듯,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커피전문점을 상상해보시라. 한 발 더 나아가 커피를 직접 볶은 후 며칠 숙성을 시켰다가 신선한 원두를 핸드 드리퍼로 추출해서 내놓는 가게도 많이 생겨났다. 캘리타, 코노, 하리오 등 대부분의 드리퍼가 일본에서 개발되었듯, 커피에 관한 한 일본은 선진국임엔 틀림없다. 작년에 일본에 갔을 때다. 그런데 웬걸, 한국보다 커피문화가 덜 보편화된 느낌을 받은 것이다. 원두 가격이 한국보다 더 싼 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만큼 수요가 없어선지 커피전문점도 좀체 눈에 띄지 않았다. 연간 커피소비량이 한국의 쌀 소비량보다 많다는 북유럽까지는 아니겠지만, 한국의 커피문화는 이제 세계의 커피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양상으로까지 치닫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나의 커피이야기는 어디쯤 와 있을까?

  20
년도 훨씬 전이다. 시장 한 켠에서 원두커피를 발견한 후 호기심이 발동하여 내처 갈아달라고 해서 무작정 사가지고 온 기억이 난다. 딱히 장비도 없어서 PET 병을 반으로 잘라서 드리퍼 대용으로 쓰고, 종이필터만 끼운 채 어설픈 원두커피를 즐기던 시절. 볶은 지 얼마나 지난 원두인지, 원두의 종류는 무엇인지, 어떻게 추출을 하고 또 어떤 온도에서 최고의 맛을 내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분위기만 찾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원두커피와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덧 꽤 오랜 세월이 흐른 셈이다.
 

  5
년 전에 중동에서 근무할 때다. 한국에서 드리퍼와 서버만 가지고 간 후 마트에서 포트, 분쇄기, 필터를 사고, 원두는 스타벅스에서 구입을 했다. 그 때 처음으로 에티오피아 원두인 예가체프, 시다모, 모카 하라를 접하고서 역시 아라비카Arabica 원두의 원산지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한국이든 중동이든 스타벅스에서 파는 원두는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비용도 그렇거니와 맛에서만큼은 호기심이 끊이질 않는 나로서는, 어느 날 마트에 가서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터키식 커피와 아랍식 커피를 사왔다. 그런데 익숙한 방식대로 드리퍼에 커피를 내리니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맛이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인터넷을 뒤져서 추출법을 익힌 후 터키식 커피 전용 포트까지 샀다전용 포트에 물과 커피를 한데 넣어 가스레인지에서 끓기를 기다렸다가 크레마 Crema가 생기면 잠시 레인지에서 떼어낸 후 다시 레인지 위에 올리기를 반복하며 기본 조제를 끝마치고, 마침내 커피 침전물이 내려앉길 기다렸다가 위 부분을 살며시 걷어내어 마시는 터키식 커피. 이도 맛들이면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작년에 싱가포르에 올 때도 어김없이 집에서 직접 볶은 원두와 드리퍼, 서버, 분쇄기, 필터 등 일체의 장비를 가져왔다. 그런데 원두는 볶은 후 종류에 따라 2~3주 혹은 4주가 지나면 서서히 맛도 향도 떨어지게 마련이니 무한정 가져올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동이 나자 마트를 배회했지만, 한국처럼 분쇄 전의 원두를 파는 곳은 드물었다. 더러 원하는 원두를 파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이 분쇄된 것만 판다. 결국 스타벅스를 이용하지만, 싱가포르의 스타벅스는 유독 채프Chaff가 많다. 채프를 보면 제대로 후처리가 안 된 인상을 주고, 이는 맛과도 연결이 돼서 못내 아쉬운 느낌이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싱가포르도 원두를 로스팅해서 파는 가게가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접근성이 떨어진다. 
한번은 소위 코피Kopi라고 적힌 원두를 산 적이 있다. 터키식 커피에 적응하며 그 맛에 빠졌듯 코피- Kopi-O에 적응하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원체 크림이나 설탕을 싫어하니, 말레이어로 'Empty'를 뜻한다는 코송Kosong이란 단어가 덧붙여진 블랙커피를 마시자 그 진하고 독특한 맛이 나쁘진 않았다. 그래도 스타벅스에서 산 과테말라,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이탈리안 로스트로 내린 커피가 입맛에 맞긴 하다. 요즘은 한국에도 Kopi-O를 파는 가게가 생겼다고 한다. 때로는 융 드리퍼로 내린 제대로 된 '코피--코송'의 진한 맛이 그립기도 하다. 아마도 다시 한국에 돌아가면 코피-오를 부러 찾을지 누가 알겠는가. 싱가포르에는 화이트커피도 흔하다. 소위 믹스커피일 텐데 그 달콤한 맛은 한국의 시골에서 맛볼 수 있는 '다방 커피'나 자판기 커피와 어슷비슷한 듯하다.

  싱가포르에 머무니 인도네시아에도 종종 가게 된다.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는 코피루왁Kopi Luwak 원두를 사러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당연한 수순. 어렵사리 사와서 사뭇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드립포트로 내려 마시는 순간의 환희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누군가 그런다. 처음 코피루왁을 접했을 때 마치 어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다고. 물론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나로서는 향이 입 안에 오래 남아 또 다른 커피의 세계로 인도하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다음 날에도 입 안에 코피루왁의 향이 남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까. 그럼에도 가격에 비해 코피루왁의 매력을 느끼기에 아직 나의 커피취향은 저급한 모양이다.

  언젠가 공정무역에 의한 커피나 네스프레소 캡슐커피와 같이 단순히 커피의 종류나 맛에만 치우치지 말고, 서로 공생하며 커피를 즐기는 소위 '대안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 소위 '커피의 사회학'이랄까. 아무려나 다양한 커피를 즐기는 편이지만, 싱가포르는 커피의 수요만큼은 한국 같지 않다. 차라리 호텔에서 레귤러나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게 나을 정도라면 지나친가. 싱가포르에서 제대로 원두커피를 즐기려면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그다지 많지 않다. 한국에서처럼 생두(커피콩)를 구입한 후 직접 팬로스팅Pan Roasting을 해서 나만의 세계를 지켜나가는 길밖에 없을 듯하다
(2014.1.30) 

나니오 2014-01-30 (목) 22:01
예전에 한창 핸드드립커피가 유행이었을 때가 있었죠. 

그때 멋있다는 생각에, 커피맛도 모른체 각종 원두부터 종류별로 샀었던 기억이 납니다. 조금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네요. 

커피에 대해서 글 써주신것 두번씩 읽었습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터키식 커피를 내릴때 인터넷까지 뒤져보셨다는 글과 코피루왁에 대한 후기가 기억에 많이 남네요. 

지금은 아메리카노를 물처럼 무의미하게 ? 습관처럼 마시고 있었는데요... 

이 글을 읽고 커피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좀 더 깊게 커피를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글 정말로 감사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설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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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1-30 (목) 22:54
처음엔 이 글보다 길었다가 나름대로 줄인다고 했지만 여전히 긴 글을, 그것도 두 번씩이나 읽으셨다니. 커피하면 할 얘기도 많고 해서 주절주절 글이 길어졌네요. 끝 부분에 적었듯이 팬 로스팅을 배우시면 더 싸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답니다. 로스팅 머신이 고가인 점도 있지만, 원하는 로스팅 레벨을 재량껏 조절이 가능하거든요.
비록 한국은 아니지만 설 잘 쇠시길. 만두도 빚어서 떡국도 맛있게 드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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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순대 2014-02-03 (월) 10:39
저도 나니오님 처럼 담배와 함께 그냥 마시는 습관이 있는데요..

사실 전 커피에 대해서는 무지한 것 같아요. ㅎㅎ 

그래도 저도 나름 아는 코피루왁이라는 커피 나왔다고 오오오 이거이거 이렇게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ㅎㅎ

부끄럽기도한대... 커피는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지않으면 안되는 파트여서 ... ^^; 

커피에 대한 칼럼을 읽으면서 은근 상식도 늘어나는것같아서 좋아요! 

다음 글이 무엇인지 ..? 살짝 귀뜸드려도 될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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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2-03 (월) 16:52
개인의 취향이니 왈가왈부할 수는 없네요. 싱가포르에 와서 처음 접하게 되는 코피-오가 한국에서도 생겼다니 반갑기도 하고, 부러 사먹는데 아무래도 여기는 무지 싸니까 시도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해서 써봤습니다.
다음은 벌금의 의미를 분석한 글이나 담배에 얽힌 얘기를 써볼까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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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2-03 (월) 17:02
점심시간만 지나서 커피 한 잔이라도 마시면 그 날 밤에 잠을 못 이루는 분도 더러 봤습니다. 개인의 호, 불호가 극명하니 커피에 문외한이라고 탓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상식 운운할 수도 없죠.
싱가포르에 거주하시는 분들이시라면 코피-오나 코피 루왁도 시도해 보시라고, 혹 중동에 가시면 터키식도 마찬가지로.
베트남에는 원숭이 배설물에서 추출한 커피도 유명하고요.
<버킷리스트>와 제목이 기억이 안 나는 일본영화(핀란드가 배경이었던)에서 코피루왁을 처음 듣고,  마침내 싱가포르에 와서 처음으로 접해봐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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