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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Column] Legoland, 말레이시아 이야기

글쓴이 : Keith 날짜 : 2014-08-30 (토) 13:01 조회 : 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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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살면서 한번쯤 말레이시아(이하 말레이)에 가봤을 것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조호르바루(JB)를 거닐다가도 우연히 지인들을 만나곤 한다. 그 만큼 말레이는 옆 동네만큼이나 가까운 곳, 싱가포르의 이웃이라는 얘기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9월에 ‘말레이세계유산축제 Malay Heritage Festival’를 싱가포르의 아시아문명박물관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계는 소수민족이지만 지금도 곳곳의 많은 지명이 말레이어로 돼있고, 말레이에서 독립한 국가답게 싱가포르에 말레이의 영향이 남아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주말이면 종종 JB를 찾곤 한다. 우드랜즈를 통과하려면 차를 이용해도 체크포인트에서 최소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하고, 어떤 때는 꼬박 2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다. 왜 수많은 싱가포르와 말레이 사람들이 국경을 넘나들까. 아침 6:30 경, 말레이의 미니버스가 초등학교 앞에서 정차하여 학생을 내려주고 가는 장면을 본 적이 있고, 안면이 있는 말레이 사람 중에는 매일 JB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도 있다. ‘J’, ‘F’, ‘W’로 시작하는 말레이 번호판을 단 승용차나 오토바이 행렬을 보면, 말레이가 싱가포르의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라면 말레이 사람들이 싱가포르로 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나, 동시에 무수히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도 말레이를 찾기에 그토록 체크포인트가 몸살을 앓는 것일 게다.
싱가포르에서 세차장이나 정비소를 본 적이 없다. 반면 JB에 가면 거리곳곳에 세차장과 정비소가 즐비하다. 심지어 24시간을 운영하는 곳도 부지기수이다. 그 곳에 있는 차는 대부분이 ‘S’로 시작하는 싱가포르 차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이전의 글에서도 언급했듯, 싱가포르의 차는 유량게이지가 3/4을 넘겨야 국경을 통과할 수 있다. 체크포인트 근처에 가면 처음에는 3/4에 대한 경고를 하다가 점점 가까워지면 벌금 500불에 대한 문구가 나타나고, 거의 다 와서는 아예 유턴하라는 경고판으로 바뀐다. 즉, 휘발유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물가가 차이나니 이를 막겠다는 고육지책에서 나왔을 벌금제도일 것이다. 그제서야 싱가포르 사람들이 말레이를 찾는 이유와 그로 인한 극심한 차량정체의 실마리가 조금은 풀린 듯하다. 싱가포르에는 수많은 해외이주노동자들이 와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고 소위 ‘Under Construction’의 나라 싱가포르의 각종 건설공사에 동원되는 것은 익히 알지만, 출퇴근시간에 말레이 승용차나 오토바이를 볼 때면 어느덧 말레이는 싱가포르 경제활동인구의 부족을 보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실제로 말레이의 물가가 한국보다 그렇게 싼 편은 아니지만, 싱가포르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아무래도 차이가 나긴 하나보다. 상습정체구역이지만 주말이면 우드랜즈를 지나 JB에 가서 도심도 걷고, 쇼핑도 즐기고, 마사지도 받고, 근사한 식사를 하곤 했는데, 요즘은 투아스Tuas 체크포인트를 지나 ‘아름다운 언덕’을 뜻하는 부킷인다Bukit Indah를 자주 찾는다. 거기에 가면, 말레이 전역에 11 개의 체인이 있다는 한국식당도 있고, AEON이라는 대형 쇼핑몰도 있고, 마사지도 JB보다 싸고 좋은 편이다. 역시나 신도시이다 보니 깨끗하고 도로도 잘 정비돼있고 그만큼 안전한 느낌도 든다. 또 근처에는 싱가포르 사람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레고랜드와 프리미엄아울렛도 있다. 무엇보다 예의 상습적인 교통정체를 피하기에 적합하다. 토요일 밤을 지나 새벽 2시가 넘어도 말레이의 JB쪽 체크포인트인 JB Sentral은 싱가포르로 입국하려는 차들로 넘쳐나고, 족히 한두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결국 투아스가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근처에서 부킷인다란 곳을 발견한 것이다. 몇몇 지인들은 주말이 되면, 새벽 5.30에 골프를 치러 말레이로 향한다. 그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극심한 교통체증에도 싱가포르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듯하다. 얼마 전에 본 뉴스에 의하면, 말레이 정부에서 먼저 입국 시에 통행료를 걷겠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말레이 경제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 사람들의 방문이 줄 수도 있을 법안을 만든다? 언뜻 이해가 안 되었지만 통행세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사람은 말레이를 찾을 것이다. 그러면 말레이 정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게 뻔하다.
 
따지고 보면 말레이에 속하는 섬이었던 싱가포르가 최고의 무역항이 가질 수 있는 천혜의 입지적 조건까지 갖춘 경제대국이 되었으니 말레이 정부로서는 싱가포르를 순순히 내준 것이 못내 아쉬울 법도 하다. 국제적 도시의 면모를 갖춘 싱가포르와 같이 JB도 이미 근사한 호텔과 오피스 빌딩과 거대한 쇼핑몰로 여느 동남아 도시보다 도회적 이미지로 변모했지만, 그래도 JB에서 조금만 더 외곽으로 나가면 싱가포르에서 느낄 수 없는 이국적 풍광을 맛볼 수 있다 그제서야 외국에 왔다는 느낌이랄까. 비록 싱가포르 사람들이 말레이를 찾는 이유와는 다를지언정, 말레이에 가면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싱가포르의 깨끗한 이미지에 너무 길들여졌다면 말레이의 풍경이 낯설거나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으나, 때로는 JB 근교가 지닌 그 푸근함이 좋다.
 
여권이 말레이 출입국스탬프로 도배돼가고 있다. 말레이도 신청을 하면 자동출입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말레이에 갈 필요가 있을까도 싶다. JB의 한 미용실에 갔다가 싱가포르에 비해 싸다고 얼굴마사지까지 받으니 외려 싱가포르보다 비싸게 비용을 치렀다. 디자이너를 원하냐, 스타일리스트를 원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요금체계도 말레이에 가서 처음 알았다. 괜스레 싸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착각이 아닐까. JB의 ‘The Zon’ 호텔이 있는 쇼핑몰은 면세구역이라선지 다른 곳보다 싸긴 했지만, 쇼핑을 위한 목적만이라면 이제는 굳이 말레이를 찾지 않는다.

한번은 JB의 한국마트에서 소주를 한 병 사고서 싱가포르로 돌아올 때다. 체크포인트에서 소주를 발견하고는 Custom Office로 데려가는 게 아닌가. 이것저것 묻더니 소주 한병은 괜찮은 줄 알았다고 에둘러 말했고, 그런 후에도 한참을 조사한 후에야 결론을 내린 듯했다. 먹던 술이 아니면 위법이라고 강조하며, 세금을 내고 가져갈 거냐 아니면 버릴 거냐고 묻는다. 소주를 먹다가 가져올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버리겠다고 하니 화장실로 데려가더니 직접 처리하라고 한다. ‘Nothing to declare’ 레인으로 왔으니 이미 위법을 한 셈이지만, 처음이니까 벌금 없이 풀려난(?) 셈이다. 창이공항으로 입국할 때는 괜찮고 체크포인트는 안 된다는 논리도 결국은 ‘말레이’에 기인한 것일 테다. 싱가포르가 담배에 대한 제한이 심한 것은 익히 알고 있다, 한 갑에 200불의 벌금을 감수하느니 19개비만 남기고 더는 갖고 오진 않지만, 술도 마찬가지란 사실은 그 때 처음 알았다.

현재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도 깊은 인연이 있어서겠지만, 20대에 해외로 처음 배낭여행을 간 곳이 말레이인만큼 말레이도 꽤나 인연이 깊은 나라임은 틀림이 없다. 싱가포르에 살면서 외려 말레이를 속속들이 알게 된 것을 보면 더더욱. Terima Kashi!
(2014.8.30)

나니오 2014-09-03 (수) 09:52
최근 기사에 났었는데, 말레 - > 싱가폴 통행료 인상때문에 버스기사들이 파업을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잘 해결됬는지 모르겠네요~ 그 이후로 생각이 나서  기사를 뒤적거렸었는데, 내용은 없던데,, 혹시 아세요?ㅎㅎ 

저도 종종 JB 넘어가곤 하는데요, 정말 싱가폴 물가보다 훨씬싸다고 느껴져요. 물론 그렇다고 돈을 덜 쓰는건 아니지만.. 더 많이 쓴다능..@-@그래도 그만큼 즐겁게 즐기다 올수 있으니 그것역시 좋다고생각해요. 
퍼머도 200불내외로 할 수 있고, 식사도, 마사지도, 쇼핑도 !! 너무너무 좋은 것 같아요. 
레고랜드는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곧 가봐야겠지요! 프리미엄 아울렛은 그다지 살게 없어서 잘모르겠구요 ㅠ.ㅠ 

싱가폴 살면서 싱가폴이 궁금하기보다는 말레이시아나 옆나라가 더 궁금한 건 왜일까요?

ㅎㅎ 오늘도 칼럼 감사합니다. 항상 보는데,  댓글을 프로처럼(?) 못 쓰겠어서,,, ㅎㅎ 
꾸벅! 좋은 수요일 되세욤 ~ Keith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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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9-04 (목) 09:08
저도 뒷 얘기는 잘 모릅니다.
처음에 말레이시아 얘기를 써 보니, A4용지로 세 장이나 되더군요. 그 만큼 할 얘기가 많다는 방증인데, 결국 한 페이지 분량을 줄였습니다. 그래도 글이 좀 길어서...
삭제한 부분에도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미처 다 못 실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겪은 일이 하도 많아서. 아직도 궁금한 부분이 많습니다.
참, 아웃렛에서 나이키, 아디다스는 의외로 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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