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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Column] KISS 92 FM, 음악 이야기

글쓴이 : Keith 날짜 : 2014-08-04 (월) 21:56 조회 : 2837
kiss92.JPG
 
조슈아 레드맨Joshua Redman의 색소폰을 처음 들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5년 초이다. Mood Swing(1994)이란 앨범이 출시되고, 수록곡인 ‘Dialogue’, ‘Alone in the morning’을 들으며, 마치 아침에 혼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고 할까. 재즈에 한창 빠져있을 때였던 것이다. 1930년대 빅밴드, 스윙재즈부터 쿨재즈, 프리재즈를 비롯해 모던까지 두루 접했던 이유는 분명치가 않다. 소위 즉석연주라고 불리는 임프로비제이션Improvisation에 빠졌기 때문? 아무려나, CD를 사 모으고, 재즈와 관련된 책과 영화를 두루 찾았다. 심지어 하재봉의 『쿨재즈』(해냄출판사, 1995)란 소설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재즈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의 작품까지 찾아서 보던 시절. 그렇다고 재즈만이 음악의 전부는 아니기에 늘 이어폰을 낀 채 R&B, 로큰롤, 클래식과 가요까지도 챙겨 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원체 혼자놀기를 좋아하는지라 아마도 음악이 없었다면, 그 길고 음습한 청춘의 고독과 욕망과 절망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 나왔을까 싶다.
 
세월은 사람의 기호마저 바뀌게 하나보다. 갈수록 혼자만의 시간은 좁아만 들고, 일에 얽매이다 보니 책임의 영역은 한없이 커져가기만 한다. 습관적으로 담배를 찾고, 술을 마시며 점차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 단순해져 간 것이다. 혼자 서재에 앉아서 베토벤,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을 듣거나, 마일스 데이비스, 디지 길레스피, 오스카 피트슨의 명반들, 그도 아니면 도어즈나 핑크 플로이드를, 때로는 리 오스카의 하모니카나 키스 자렛의 피아노 연주를, 가끔씩은 안숙선 명창이나 장사익의 음악까지, 그 다양한 음악의 영역을 통해 힐링된 기억이 언제인지 아슴프레하다.
 
근자에 들어 MP3로 다운을 받아놓은 게 제법 된다. 음질이 좋은 오디오에서 듣는 수준은 아닐지라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솔로 오보에 모음곡 등을 즐겨 듣곤 하지만 예전처럼은 아니다. 자연스레 관심의 영역에서 밀려난 느낌이고, 그 만큼 인생이 단순해지고 삭막해진 기분이랄까.
 
싱가포르에 와서 아침과 저녁으로 라디오를 들으며 출퇴근을 한다. 어느 날엔가 저녁 9시를 지나서 늦은 귀가를 하던 차에 우연히 96.3 MHz에서 한국 노래만 연이어 나오는 것을 들었다. 뒤늦게 알았지만, 실제로 매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한국노래만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거의 아이돌의 노래가 주를 이뤄서 자칫 한국의 다양한 음악세계를 폄훼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다시 자주 듣는 HOT FM 91.3이나 KISS 92 (모두 SPH Radio가 운영)로 주파수를 돌리고 만다. 말레이시아로 넘어가도 KISS 92는 끊기지도 않고, “All the great songs in one place”라는 멘트가 효과음인양 연신 나온다. 그런데 한정된 시간에만 들어서일까. 자주 나오는 팝 몇 곡을 정해놓고 이 음악만 줄기차게 틀어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30대 여성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싱가포르의 음악 수준을 가늠하게 할 정도였다. 물론 만다린어, 말레이어, 타밀어로 진행하는 FM 주파수를 고정시킨 적이 없기에 속단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음악은 음식만큼이나 다양하다. 마음을 치유하고 기분을 전환하고 사색에 빠져들게도 하는 마력을 지닌 음악. 그 다채로운 세계를 접하지 않고서는 감히 그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속단하여서는 안 된다. 그래서 싱가포르에 와서 싱가포르 고유의 음악이나 음악의 수준을 느낄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 늘 아쉽다.
(2014.8.4)

콩콩이 2014-08-06 (수) 09:09
싱가폴에서 라디오를 들어본적이 없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싱가폴에도 라디오방송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입니다. ^^; 
싱가폴에서 인도음악을 가장 많이 접했던것같습니다. 인구가많아서그런지몰라도.. 
싱가폴 음악..이란 말이 생소할정도네요.^^ 

그리고 제 경험상 음악은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매개체역할을 할때가 종종 있더라구요. 
울고 웃게하는 음악... ㅎ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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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8-07 (목) 08:01
싱가폴에는 어떤 라디오 채널이 있을까 검색을 해보니, 여기 코닷싱의 글이 나오더군요. 2012년에 개국된 Kiss92는 없었지만 말이죠. 그나마 음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매체가 제겐 라디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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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 2014-08-12 (화) 09:45
저도 이 칼럼을 접하고 택시를 탈때마다 기사아저씨들에게 싱가폴 라디오를 틀어주세요. 라고 요청드리면 팝송이 대부분이더라구요. 싱가폴 음악에 대해서 물어보려다가 .. 말을 너무 많이 건네주실까봐 쉬면서 갔어요 ㅎ 싱가폴 음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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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순대 2014-08-06 (수) 14:41
싱가폴 음악은 어떤 종류인지요? 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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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8-07 (목) 08:10
제 생각에는 싱가포르 음악은 별도로 없는 듯합니다. 다민족이 섞여있고, 대부분이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반복 재생'하거나 빌보드에 랭크되는 음악을 소개하는 수준인 듯합니다.
이제 곧 개국 49주년이라고 떠들썩한데, 고유의 언어도 없고 역사도 미천하니 체계적인 예술의 역사가 미처 자리잡지 못한 게 아닐까 싶네요. MAAD를 가보니 그나마 예술적 향취가 느껴졌지만, 싱가포르 고유의 음악?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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