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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Column] Hawker Centre, 음식문화 이야기

글쓴이 : Keith 날짜 : 2014-06-16 (월) 22:49 조회 : 4578
 
CYMERA_20140518_102723.jpg
 [어느 호커센터에서 주문한 바쿠테]
 
한국에 있을 때 주말이면 가끔 가족들과 외식을 하곤 한다. 식당의 위생상태나 무엇보다 정성이 더해진 음식을 생각하면 집에서 먹는 밥이 최고지만, 때로는 집에서 쉬 만들지 못하는 음식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런데 가족들과 장소를 정할 때마다 갑론을박하기 일쑤다. 아이들은 뷔페나 스테이크 하우스를, 아내와 나는 고깃집이나 횟집을, 때로는 중국집이나 해장국집을 주장한다. 어떤 때는 맛집을 찾아 떠나자고 호소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한국도 먹거리가 풍성하다.
 
싱가포르를 비롯해서 동남아시아에 처음 갔을 때다. 평일인데도 해가 기울자 집 근처 식당에 가족으로 뵈는 일행들이 하나 둘씩 모여드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거의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워낙 날씨가 더우니 음식만들기도 녹록하지 않아서 차라리 사먹는 게 나을 수도 있을 테고, 또 음식을 만들어도 상하기 쉽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자연스레 외식문화는 날로 번성할 수밖에 없는 문화적 토대가 마련됐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싱가포르도 뎀시로드, 홀란드 빌리지, 로체스터 파크 등에 가면 근사한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한번은 오차드로드에 있는 호주 레스토랑에 가서 캥거루와 악어 고기까지 먹어봤을 만큼 종류도 갖가지다. 그럼에도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가 섞인 나라인지라 소위 로컬음식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 다양한 음식과 특이한 레시피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G. Bernard Shaw는 음식에 대한 명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There is no love sincerer than the love of food.” , 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진지한 사랑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생활하는데 의식주가 기본이지만 은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의식주는 지역성이 강한 특징을 가지지만, 음식만큼 그 나라(혹은 지역) 고유의 풍토나 지리적 특성, 사람의 성정과 깊은 연관을 가진 게 없을 것이다. 그러니 싱가포르의 음식도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상징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외국에 머물면서 향수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음식이 큰 역할을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주기적으로 된장이나 고추장이 절실한 구식(?) 입맛이기에 자주 찾는 곳도 한국식당이다. 독일에 갔을 때는 뷔너 슈니첼이라는 송아지 고기로 만든 요리가 너무 입에 맞아서 거의 매일 먹으면서도 물리지 않았지만, 그건 일주일 정도 머물 때 얘기다. 현재 싱가포르의 소위 옐로우페이지에 등록된 한국식당이 이미 150 개를 훌쩍 넘어섰다.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주식과 부식을 구분하는 한국음식의 특징 때문에 다양한 밑반찬에 입맛을 돋우는 음식을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물론 소주도 한 몫을 하지만 말이다. 사실 물을 시켜도, 물티슈를 사용해도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한국의 정서에 맞지 않다. 탄종파가에 있는 한 일식집에 갔을 때다. 리콴유의 지역구여서 그런지 그 가게는 리콴유가 방문했을 때 찍은 기념사진으로 벽면을 도배한 상태였다. 그만큼 지명도가 있는 곳인데도 두부요리가 전채로 나오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먹었는데, 계산서에는 그 금액도 포함된 것이 아닌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식당에 가면 늘 푸근하다. 교포가 많이 사는 부킷티마의 한국음식점은 탄종파가나 아모이보다 고유의 맛을 지키고 있다. 마늘대를 넣은 쭈꾸미 볶음도, 잡채도, 쟁반짜장이나 짬뽕도, 구수한 된장찌개도 일품이다. 한국에서 잠시 방문한 친구를 데리고 갔더니 외려 한국보다 더 맛있다고 할 정도니 더 말해서 무엇할까.
 
한류의 영향인지 한국음식점에서 현지인들을 자주 보곤 하지만, 싱가포르 주민들이나 관광객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단연코 호커센터Hawker Centre일 것이다. 에어컨 시설이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싱가포르 정부의 정책도 한 몫을 하여선지 우선 음식 가격이 시쳇말로 착하다. 싱가포르가 한국 물가보다 1.5~2 배 이상 비싼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싼 편이다. 요즘 서울에서 직장인이 점심식사 한 끼 하려면 최소 7,000원 이상을 줘야 하는데, 호커센터는 그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도 가능하다. 호커센터는 싱가포르 독립 이전인 1950년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개방된 공간 한 켠에 칸막이를 친 다양한 식당이 이제는 싱가포르의 상징이 된지 오래다. 음식이 싸다고 품질이 떨어지거나 위생적으로 표준에 못 미치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보건국에서 제공한 등급까지 매겨져 있다. 현재 수백 개의 호커센터가 수천 가지의 음식을 제공한다고 하니 싱가포르의 명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15년 전에 알던 한 싱가포리안과 최근에 SNS에서 친구가 되었다. 십 수 년간 잊혀졌지만 이름과 메일 아이디를 용케 기억해내곤 마침내 웹에서 재회한 것이다. 그 친구를 떠올리자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게 있다. 당시 나를 데리고 간 장소가 지금 생각해 보면 호커센터였고, 거기서 샤테이를 비롯한 다양한 로컬음식을 즐겼던 기억이 오롯하다. 바쿠테를 잘 한다는 어느 후미진 곳의 가게와 두리안을 파는 곳에도 데려가 줘서 색다른 경험을 했던 기억도 난다. 물론 한국음식 예찬론자이지만, 싱가포르에 살면서 때때로 호커센터를 찾는 것도 즐겁기는 매한가지다.
(2014.6.16)

콩콩이 2014-06-17 (화) 09:01
다양한 민족들이 싱가폴에 거주하는 만큼 다양한 음식문화가 있으리라 생각됬습니다. 그중에 의식주! 싱가폴이 전 세계 문화 집합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홀랜드빌리지 인근만 가더라도맥시코, 터키, 이태리, 일본, 중국, 한국, 인도, 등 여러가지 음식들을 팔고 있더라구요. 
푸드코트에서 먹었던 그런 맛들이 아닌... 정말 괜찮다 싶은 음식점들이 많지요.
푸드코트는 개인적으로 음식들이 다들 건성인것 같은느낌이 강해요..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푸드코트보다 호커센터가 맛은 더 있는 것 같아요. 

갑자기 얼큰한 청국장을 먹고 싶네요. 싱가폴 와서 청국장을 본적이 없는데.. 먹고싶네요 ㅎ
악어 고기랑 캥거루 고기 맛은 어때요?ㅎ 

오늘도 칼럼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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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6-17 (화) 12:37
외국에 나가면 거의 현지 음식만 찾습니다. 한국에서 비싸게 주고 일부러라도 사먹는데 말이죠. 그런데 오래 사니 한국음식, 소위 고향의 맛이 그리운 것도 부정할 수 없네요. 저도 청국장, 삼합 같은 독특한 맛이 그립곤 합니다. 캥거루와 악어도 나쁘진 않았는데, 매일 끼니마다 먹으라면 글쎄요!
언젠가 패키지 상품의 코스에 꼭 포함된다는 멕스웰 호커센터에 가서 치킨 라이스를 먹어볼 계획입니다. 아마도 자연스레 다른 곳과 비교되겠죠. 과대포장인지 아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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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순대 2014-06-18 (수) 12:08
이번에는 음식문화에 대해서 써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도시, 나라를 가던지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음식들이 있덥디다. 
싱가폴은 고유음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될 지도 아닐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물론 고유의 음식들이 있긴 합니다만,
저는 한국식당보다 로컬식당을 방문해서 식사를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집에서 한국 식단을 해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로컬식당 중 제가 손꼽는 최고의 식당들은 호커센터라고 생각합니다. 
호커센터의 식당들은 음식 맛이 다른 곳에 비해 좋습니다. 저렴하다고 무시하면 안될 수준인 것 같습니다. 하하

멕쉘호커센터 치킨라이스 맛있습니다. 두 그릇이나 먹고 왔었던 기억이 납니다. 

점심식사 맛있게 드십시오. 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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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6-19 (목) 07:54
호커센터에 대한 평판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종종 찾아야겠는데 워낙 한국음식에 목말라서.
어제는 택시를 탔는데, 실제로 그 기사에게 물으니 집에서 밥을 거의 안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의 정서로는 이해가 안 가지만 말이죠. 싱가포르애 와서 느끼는 부분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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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오 2014-06-23 (월) 11:26
앗ㅎㅎ 오늘은 호커센터에 관한 글이네욧?! ㅎㅎ 
송파 바쿠테가 바쿠테 원조 인줄 알았는데, 다른곳도 맛있는지 몰라요. 
저는 살짝 비릿한 냄새때문에 잘 못먹겠던데.. ㅎㅎ 
한국 음식 먹고싶어요!! ㅠ

월요병이겨내시고 한주 출발하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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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6-23 (월) 17:43
이 글을 쓸 무렵, 바쿠테에 얽힌 흉측한 소문을 들어서 저도 이후로는 삼가하게 되네요. 뭐, 엄청나게 많은 조미료를 넣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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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14-06-23 (월) 13:24
Keith 님 다녀오셨어요 맥스웰하우스? :)
오늘 코닷싱 보니 맛집 정보 돌아가는 부분에 티엔티엔 치킨라이스가 보여서 링크 살짝 걸어둡니당:)
 
 
전 한 번 갔었는데 30분 이상을 기다리는 바람에...... 더운데 고생한 기억때문에 그 후로는 안 가봤어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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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6-23 (월) 17:50
가급적이면 댓글에 언급한 대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Mount Faber도 가봤고, 또 다른 글에서 봤던 Labrador와 Keppel섬에도 가서 조깅을 해봤습니다. 사실 지난 주에 근처까지 갔지만, 멕스웰은 아직도 못가봤습니다.
사실 여지껏 마리나베이샌즈호텔도, 가든즈바이더베이도 안 갔습니다. 부러 안 간 이유는 싱가포르에 대한 그리움(?)을 지니려는 이유랄까요? 마치, '아직도 싱가포르에 미답지가 많구나' 하는 자기최면이랄까. 이번 주는 여행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멜라카 여행을 하고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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