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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Column] Medifund, 복지 이야기

글쓴이 : Keith 날짜 : 2014-04-30 (수) 18:53 조회 : 4804
 
istana.JPG
 [싱가포르 대통령 궁인 이스타나Istana]
 
지난 열흘 여 동안, 진도에서 올라온 새소식이라도 없는지 틈만 생기면 포털 뉴스를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간절한 기원의 촛불에도 불구하고 실종자 중에서 지금까지 생환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어떤 이유에서건 선박이 침몰된 것이 첫 번째 사건이라면, 대다수 탑승자들이 오판을 하도록 방송을 한 채 먼저 빠져 나온 선원의 무책임과 제 때 객실 내에 진입하지 못하여 3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를 낸 것이 두 번째 사건일 것이다. 하나도 엄청난 일인데, 두 가지 사건이 연이어 터진 셈이다. 남겨진 가족을 두 번 죽인 것과 다르지 않다. 요지부동인 관료적 매너리즘, 생사의 갈림길에서 촌각을 다퉈야 하는 상황임에도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 이는 두 번째 사건을 해석하는 핵심쟁점일 것이고, 외려 선박이 침몰된 사실보다 더 치명적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채 연거푸 추한 모습을 어린 학생들 앞에서 보여준 어른으로서 부끄럽기 이를 데 없다. 제대로 된 선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어린 영혼의 희생을 담보로 깨닫게 해준 사실. 다만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대선 때 대다수의 서민들은 보편적 복지 공약에 솔깃했을 것이다. 막상 당선된 후 어떤 이유에서건 공약을 파기했다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결국 세 치 혀로 환심을 산 후 언제 그랬냐는 식이라면, 사기를 당한 것과 다름이 없다. 사기를 당했으면 마땅히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고소를 해야 하고, 사기꾼으로 판명되면 응당 죄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한다. 명명백백한 사기임에도 인면수심으로 자리보전을 하고 있으니, 그들의 눈에 국민은 말도 못하는 장난감이거나 죽어라 일만 해서 여왕개미를 먹여 살리는 일개미로밖에 여기지 않을 듯싶다. 세월호 사건은 이 같은 정황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사기로 얼룩진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결국 이런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전국 각지의 분향소에 끝없는 추모행렬이 이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단지 슬픔과 위로에 그쳐서는 안 된다. 마땅히 분노해야 한다. 이런 정부를 선택한 오판에 대해 뼈 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그것이 이 같은 참혹한 일을 두 번 다시 겪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이번에 방한한 오바마와 미국 사절단은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예의를 지킨 데 반해, 우리의 대통령과 공직자는 어이없게도 세월호의 슬픔을 외면한 채 화사한 봄 옷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의문이 든다. 이런 지경이니 정부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도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는데, 이미 남의 얘기가 돼버린 보편적 복지는 두고두고 곱씹을 대목이다. 복지의 사각지대가 실재하는 마당에 현실도 버거운 실정인데, 더욱이 앞날도 걱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제활동이 가능한 시기에 더 허리띠를 졸라맨 채 아끼며 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세 모녀의 자살사건을 보면, 최소한의 복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한국에서 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지를 절감케 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싱가포르에 살면서 느낀 점 중에서 가장 부러운 것을 꼽자면, 통제사회니 어쩌니 해도 최소한 먹고 살 길을 마련해준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HDB flat으로 불리는 공공임대주택을 생각해 보자. 99년이라는 상환기간은 정부에서 거저 집을 주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중산층조차 살 집을 마련하느라 어마어마한 대출을 받은 후 빚을 갚는데도 허리가 휘청거릴 지경이지 않은가. 싱가포르 국민들은 실로 어마어마한 혜택을 받고 사는 것이다. 이른바HDB Flat에 살면서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여가를 즐기고, 건강을 챙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선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레 한국의 현실과 비견되기 때문일 것이다. 택시기사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싱가포르는 ‘Just Mr. Lee’s country’라고 부르대며 잔뜩 불만을 쏟아놓는다. 그런데 택시기사를 해도 먹고 살만하다는 생각에 이르면, 이런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어디냐고 되묻고 싶었다. 싱가포르 국민이 아니면 택시기사도 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것도 자국민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건국 초기의 국민들(Pioneer Generation), 지금은 환갑도 넘겼을 그 사람들을 싱가포르 대통령 궁인 이스타나Istana에 초청한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자국민에 대해서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대목이다. 싱가포르의 의료와 교육에 대한 복지정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싱가포르의 보건국인 MOH는 메디펀드를 통해 급성질병환자들에게 의료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돈이 없어서 진료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반면, 국가에서 의료비까지 지원하다니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과 센토사리조트에 운영중인 카지노의 연간매출이 80억불에 이른다고 하는데, 매년 거기서 벌어들이는 세금 990여억원을, AIC(agency for integrated care)에 투입해서 국민의 건강을 위한 재원에 쓴다고 한다. , 싱가포르 교육과 관련한 칼럼에 따르면, 2011년 정부 예산 471억불 중에서 교육비가 국방비 다음으로 많은 110억불이라고 한다. 전체 예산의 23%가 넘는 규모다. 비율도 그렇거니와 싱가포르의 인구 수를 고려할 때 그 액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도 교육예산이 18%에 육박한다지만, 여전히 천문학적인 사교육비가 실재한다는 것은 공교육이 제 자리를 못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거 및 의료 분야와 더불어 교육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감안하고, 미처 파악하지 못한 여타의 복지정책까지 더한다면, 싱가포르는 가히 선진국 수준의 복지국가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이토록 부끄러웠던 때가 일찍이 없었던 요즘, 싱가포르의 복지를 생각하면 한국의 현실은 영화 속 겨울왕국만 같다.
(2014.4.30)

콩콩이 2014-05-05 (월) 09:18
한국에서 상상도 못할만큼, 싱가폴에서는 택시를 자주 타고 다닙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택시를 탈때면, 택시기사분들이랑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집값, 자녀교육비, 자동차할부금(?), 생활비 등에 대해서 제게 말씀해주십니다. 저는 잘 모르기때문에 택시기사분들의 말씀에 맞장구를 쳐주며 그들의 말을 듣곤 했습니다. 

그들 역시 많은 생활비에 시달리는 것 같던데.. 확실한 것은 집값을 위해 저금을 하거나 하지않는 다는 것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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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5-08 (목) 18:59
저도 한 싱가포리언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이혼율, 물가고 등으로 결혼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합니다. 서민들의 삶은 곤고하기 마련인데, 그래도 집이 있다는 게 어딘가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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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순대 2014-05-06 (화) 11:33
조문객에게 조의를 표하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들 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어느것 하나 진실되지 않아보이는것이 참 안따깝습니다. 
국민이 자식이고 부모님이라더니, 그 또한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국민들이 힘을 합쳐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칼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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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5-08 (목) 19:02
하나 둘씩 정황이 밝혀질 때마다 부끄럽더군요. 유인경 기자의 칼럼을 경향에서 읽고 얼마나 울었던지. 특히 Mirror Effect, 공감력이 큰 '어머니'들이 느끼는 고통에 이르러서는. 분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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