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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Column] Way Back Home, 세월호 침몰에 부쳐

글쓴이 : Keith 날짜 : 2014-04-18 (금) 12:52 조회 : 4470
지난 16일은 그야말로 잔인한 4월이었다. 오늘은 벌써 셋째 날, 아직도 단 한 명의 실질적인 구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차츰 뉴스라인에서는 서서히 인재人災란 글이 등장한다. 이 사건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의 바로미터랄 수 있다. 뉴스만 보면 자꾸 눈물이 나려 한다미처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갇혀 가녀린 숨으로 구조를 기다릴 어린 학생들의 절규가 들려 제대로 뉴스를 못 볼 지경이다제발 무사히 살아주시기를 기도하는 것 외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얼마나 집으로 가고 싶을까. <Way Back Home> 이란 영제를 단 방은진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을 본 후 쓴 리뷰 한 편으로 이번 주 칼럼을 대신하려 한다. 비록 이 작품에서는 2년씩이나 걸렸지만, 세월호의 모든 이들이 내일 무사히 '집으로 가는 길' 위에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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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소설을 쓴다면, 개인이 사회의 부당함에 고통 받는 현실을 다루고 싶었다. 사방이 꽉 막힌 공간에서 질식할 것 같은 순간임에도 그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 그저 절망하거나 분노하는 것 외에 달리 할 것도 없는 절박함을 떠올려 보자. 과연 왜, 누구에 의해, 무엇 때문에, 이런 황당한 일을 겪어야만 하는 걸까. 한번도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았는데, 모두 눈을 감기고 난 뒤 훔쳐간 사람더러 손을 들라고 하고, 아무도 대응하지 않자 모두에게 벌을 줬던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왜 선생님은 죄도 없는 내게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벌을 주는 걸까. 어린 마음에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런 것을 부조리, 모순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1970, 80년대 유신과 군사정권 시절에는 부지기수였겠지만, 이를테면, 길을 걷다가 갑자기 눈이 가려진 채 어딘가로 끌려가서 모진 고문을 당하고, 허위자백으로 간첩죄를 뒤집어쓴 후 옥고를 치른 사람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마도 행방불명이 된 아들을 찾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녔을 어머니가 있었을 것이다. 십수 년이 지나서 무죄로 밝혀지고, 그제서야 국가는 배상을 한다며 수선을 떤다. 그렇다고 이미 사라진 청춘을 보상 받을 수도 없는 법. 아들을 찾다가 가정은 이미 파탄이 난 상태일지도 모른다. 이런 형편에서 돈이 어찌 위로가 되겠는가. 얼마 전에 본 스티브 맥퀸의 <노예 12>도 동일선상에 있다. 자유인이던 솔로몬이 노예로 끌려가 12년 동안 노예로 산 후 마침내 가족과 재회하지만 딸은 이미 결혼을 한 후고, 남편의 부재로 온갖 고생을 하며 지냈을 아내에게서, 혹은 아버지도 없이 자랐을 아이들에게서. 그의 존재는 과연 어떻게 비쳐졌을까. 아버지가 제게 해준 게 뭐가 있나요, 라고 대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사회의 모순, 구조적 병폐는 궁극적으로 그 사회의 구성원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 주기 마련이다.
 
몇 해 전만 해도 대학 졸업생이 다시 7급 공무원 시험을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이 안 되는 상황인지라 공무원 임용고시를 위해 다시 학원을 다니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실재했다. 이 같은 상황은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때문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무원, 하면 시쳇말로 철밥통을 떠올린다. 아이엠에프 이후 신자유주의의 유산(?)으로 말미암아 명예퇴직제도와 같은 구조조정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 언제 해고 통보를 받을지 모르는 직장인으로서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보다 안정된 선택이었을 것이다. 모든 공무원을 일반화해서는 안 되겠으나, 단순히 정년이 보장된 직장이라는 이유로 공무원이 되었다면 딱히 사명감이나 봉사정신보다는 누려야 할 혜택에 더 끌렸을 지도 모른다. 모든 공무원이 다 같지는 않겠지만, 방은진의 <집으로 가는 길>에는 바로 공무원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인물이 나온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기관이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되려 국민을 음지로 내몬 이런 일화를 접할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단 한 명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붓는 미국의 사례를 익히 알지 않은가. 국내법의 사각지대에서 국가의 보호막이 절실한 재외 국민들에게 해외공관의 역할은 지대할 수밖에 없다. 만약 외국에서 국민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는 마땅히 팔을 걷어 부치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순위여야 한다.

송정연(전도연)이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756일간 수감되고, 수감 후 2년 만에 법정에 섰다는 사실. 피의자임에도 재판을 받을 권리마저 박탈당한 셈이다.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이었다. 해당 외교관은 다른 지역으로 전보조치를 할 게 아니라, 본분을 망각한 채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게 한 데 대해 사죄를 해야 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저는 죄인입니다 (중략) 저는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 죄인이지만 제 가족에게 아내와 엄마를 돌려주세요.” 라며 송정연이 법정에서 최후진술을 하는 장면이 내내 잊혀지지 않는다. 그 절절한 사연 끝에 마침내 다시 만난 모녀. 하지만 아이는 엄마를 알아보지 못한다. 누가 모녀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송정연 부부에게 지난 2년 동안은 국가가 없었다. 한국의 이름을 세계 곳곳에 떨치는 무수한 사람이 존재하는 반면, 프랑스 법정조차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의 부재는 달리 해명할 길이 없다. 지휘자 정명훈과 송정연의 조국이 같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국민을 보호하려 들지 않는 국가에 대해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품었을까

방은진은 평범한 주부가 재판도 없이 2년 동안 프랑스 감옥에 갇힌 뉴스를 접하고, 궁금증에서 비롯하여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방은진의 포착은 예리하다. 우리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소재이고, 또 국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혼신의 힘을 다해 송정연을 분한 전도연의 연기에도 감동을 받았지만, 이런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방은진 감독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왕순대 2014-04-21 (월) 09:11
참.. 기사를 보며 마음으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사망소식이 계속 보도가 되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기적소식이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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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4-22 (화) 08:04
0.0001%의 희망이라도 가지려 하지만 갈수록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안타꺼운 일이죠. 이럴 땐 누군가에게 돌팔매질을 해야 합니다. 그 대상은 자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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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 2014-04-21 (월) 10:50
몇일 전 일어난 세월호 사고소식을 듣고 너무 놀랬었습니다. 특히, 엄마와 오빠가 구명조끼를 입히고 구출해낸 아이가 엄마와 오빠를 애타게 찾는 사진을 보면서 저도 함께 울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인재이기에 더 가슴이 아팟습니다. 
집으로 빨리 다들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칼럼 기재를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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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4-22 (화) 08:06
그러게 말입니다. 왜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늘 이렇듯, 멀고 험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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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style 2014-04-22 (화) 10:23
우선 영화는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을 많이 활용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좀더 애국적인 것에 대한 문제를 삼게 되기도 하죠. 요번 세월호사건도 보고 한참 예전인 삼풍백화점사건도 공통적은 법의 수호입니다. 이 영화의 사건에 대해서도 사실 인권적인 문제만 본다면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국력과 국격이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냉정하게 사실적으로 작용되고 대우받고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일례로 미국 청소년이 싱가포르에서 태형을 받게 되었을때 부시대통령의 입김까지 작용해서 막으려고 했지만 그것은 처벌되었습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마약류를 입국하려던 한국인들도 사형판결을 받게되었구요. 위의 영화사건의 개요도 아마 누군가의 부탁. 어떤 물건인지 모르지만 별거 아니니 건네주고 오기만 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의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 가방안에 한국인 몇백명을 죽일 폭탄의 재료가 있었는데 확인하지 않고 그냥 남의 말만 믿었다면 무죄였을까요? 되묻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그저 감정적인 이슈와 사건으로 본다면 근본적인 내면의 문제는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고 영영 고쳐지지 않게 됩니다. 이번 세월호사건도 죽은자의 고통과 피해에 대해서만 집중한다면 그것을 야기하는 무지한 의식과 그릇된 법에 대해 다시 무관심해지고 이런 사건 사고들을 재수없으면 다시 반복되는 사건들로 일어날 것이고 현재 그렇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법!! 무엇보다 알아야하고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평에 대해 반박하는것이 아니라 표면적인 감성적인 대우에 대해서 논하고 가족사의 비극에 대해서 접근하면서도 이런 비극이 일어난 이유와 본질적인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려고 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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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4-22 (화) 12:41
<집으로 가는 길>에서 '저는 죄인입니다'라고 최후진술을 한 송정연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다는 의미입니다. 제아무리 돈을 벌겠다는 순수한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은연중에 범법행위일 수도 있으리란 짐작을 했을 테니, 죄값을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스스로도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엄청난 파국을 낳았고, 프랑스 법정도 이에 대해 1년을 선고했습니다. 내용물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마약류 운반'은 이유를 떠나 명백한 죄이니까요. 그런데 2년을, 그것도 재판권마저 박탈당하고 수감되었습니다. 제가 짚고싶은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왜 재판도 못 받고, 1년이어야 할 수감생활을 곱절로 했냐는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히 해외에 체류하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이고, 이것이 가능한 현재의 시스템애서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리뷰를 쓰자마자 때 마침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인재'라고 앞다퉈 논지를 펼치고 있고, 여러 정황상 이 역시 시스템의 문제가 도출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연스레 둘을 한데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문제를 지적했을 뿐, 본질적인 해결책까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조금 경솔하고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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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style 2014-04-22 (화) 10:27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무관심에 의한 무지는 유죄이며 잠재적 피해자가 됩니다. 그리고 범죄자에 대한 잠재적 동조자 협력자 조력자가 됩니다. 모르는 자의 물건과 확실치 않은 것에 대한 무관심 그냥 넘김은 동남아시아보다 한국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들이라는 점이 가장 의아하기도 합니다. 싱가포르에서 방치된 물건과 타인의 물건에 대한 감시가 얼마나 철저한지 익히 보셨다면 이해가 가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정말로 가족이 소중하고 국가가 중요하다면 그것을 어떻게 지켜나가고 방어해갈지에 대해 어른이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둘째치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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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청… 2014-04-22 (화) 12:01
좋은 글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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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style 2014-04-22 (화) 14:55
꾸준히 칼럼을 작성해서 올리시는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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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오 2014-04-23 (수) 09:14
예전에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봤었어요.
그 영화 속에서 나오는 한마디가 기억이 나요.
 “국가는 국민이다”라는 말이었어요.
너무나 뒤숭숭한 현재 시국에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그것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우리에게 던저보아요.. 

다들 기도하시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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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2014-04-23 (수) 12:54
헌법 제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비록 법조계 종사자도 아니지만, <변호인>에서 이 조항이 언급되어 용케 기억하고 있습니다. 곧, 국가는 국민이란 얘기죠. 요즘 한국 친구들과 연락을 취하면, 국가에 대한 배신감이 극에 달한 느낌입니다.
 
내친김에 헌법 제 2조 2항은 이렇네요.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라고. 보호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 헌법재판소의 판시가 인상적입니다.
 
"헌법 제2조 제2항에서 정한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의무에 의하여 재외국민이 거류국에 있는 동안 받게 되는 보호는, 조약 기타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와 당해 거류국의 법령에 의하여 누릴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거류국과의 관계에서 국가가 하는 외교적 보호와 국외 거주 국민에 대하여 정치적인 고려에서 특별히 법률로써 정하여 베푸는 법률ㆍ문화ㆍ교육 기타 제반영역에서의 지원을 뜻하는 것" 이라고 했네요.
 
이런 문어체의 장문은 좋아하지 않지만,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이란 문구가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국가는 자기자신(국민)에게 정당한 대우는커녕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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